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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

철책선 땅 밑을 균열시킨 코리안드림의 외침
“철책선이 무너져 내릴 날,
한림원은 누구에게 노벨평화상을 줄까?”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최노석

남북분단 극복 퍼포먼스

지난 9월 28일 진행된 통일실천대행진에서 남북분단을 극복하자는 퍼포먼스에 동참 중인 시민들의 모습

# 풍경 1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한강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녀는 (수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첫 반응을 보였다”라고 했다. 작가 한강도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 전화를 받고 얼떨떨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상을 받을 아무런 준비도 없었지만,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이렇게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갑자기 찾아와 모두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 문학계는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했고, 2018년 <한>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어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이미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 전부터 세계인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인에게만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세계는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환호하고 있었던 셈이다. 개인적인 경험의 조각들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역사적인 거대 담론을 시적 감수성 문체로 풀어낸 그녀의 작품에 열광했다.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처들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문학적 언어로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그녀의 작품세계가 세계인의 가슴속으로 보슬비처럼 스며들었던 결과일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이 아니다. 올 때가 되었으니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풍경 2

10월 10일 오후 프레지던트호텔 모짤트홀, 문을 밀고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훅하며 내 얼굴을 때렸다. 기자들의 취재 열기였다. 이날 민주평통 주최로 <탈북외교관이 보는 8·15 통일 독트린‘ vs ’두 개 국가론‘>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1호 탈북외교관 고영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참사관 등 10여 명의 탈북외교관들. 주제 발표를 한 김동수 주이태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의 초청을 받아 갔지만, 조금 늦는 바람에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자리를 빼앗겨 결국 사진 두어 장만 찍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렸지만, 끝내 자리가 나지 않았다. 북한과 통일 문제 세미나에 그렇게 많은 국내 취재진이 몰린 적은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다.

# 풍경 3

그 하루 전날인 10월 9일, 싱가포르.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8·15 독트린‘을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세안 등 국제사회에 공표하며 지지를 얻어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 간 회담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아세안 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 한반도가 세계의 위협이 아닌 축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통일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를 돕는 길이 될 것이라는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설득이었다.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일 같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래전 문현진 의장의 책 <코리안 드림> 속에 들어있는 통일 논리 그대로라는 것을.

# 풍경 4

시계를 돌려 이젠 2023년으로 되돌아 가보자. 그해 8월 19일, 한국 윤석열, 미국 바이든, 일본 기시다 등 한미일 3국 정상들이 모인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장. 3국 정상들은 회담을 끝내고 공동성명을 작성했다. 거기 이런 구절이 실렸다.

“우리(3개국 정상)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반도를 지지한다.”

미국을 넘어 일본까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지지를 얻어낸 공동성명이다. 특히 그동안 한반도 통일에 대해 거리를 두어왔던 일본이 지지의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기념비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풍경들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처럼 모자이크로 이어 붙여보자. 무엇이 나타나는가? 지난 10여 년간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여왔던 ’코리안 드림‘이란 거대 담론의 모습이다. 누구도 알지 못했고, 알기를 거부해 왔던 바로 그 거대 담론이 거기에 있다.

지난 9·28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렸던 ’2024 통일실천대행진“은 그 담론의 완결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수만 명의 평범한 시민, 수천 명의 탈북민, 역시 수백 명의 태권도 공연단. 거기에 더해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쇼와 폭죽, 그리고 휴전선 넘어 북한 초병들에게까지 울려 퍼진 통일 염원 함성. 이날 행사는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가 독자적인 통일 논리를 세우고 이를 다듬어 많은 세계의 여론 층과 통일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국내 다수 시민을 향해 쏘아 올린 대규모의 불화살이었다.

이 불화살들은 앞에 나열한 여러 풍경들을 관통하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촉발한 압축판을 나는 ‘9·28 march to DMZ’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만 몰랐다. 그러나 우리의 끈질긴 통일 운동은 어느새 세계를 움직였고, 대통령의 통일 구상의 논거를 제공하며 차갑게 식어버린 통일 열기에 불을 지핀 자양분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이 움직인 것은 전에 없던 크나큰 변화이다. 그동안 통일 문제에 냉랭했던 언론이 뜨거운 모습으로 돌아선 것은 미래의 소망일 것이다.

그동안 통일 운동을 위해 흘린 우리의 땀방울은 아무도 보지 않는 듯했지만 누군가가 보고 있었고, 아무도 듣지 않는 듯했지만 듣고 있던 수많은 사람을 통해 거대한 역사적 담론을 만들어 냈다. 우리의 땀방울은 가랑비가 되어 휴전선 땅 밑으로 스며들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철조망 아래 땅을 적시며 흔들고 있다.

통한의 휴전선이 그 아래 땅의 균열로 무너져 내리는 갑작스러운 어느 날, 스웨덴 한림원은 누구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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