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꿈, 하나 된 코리아

전문가 칼럼

김정은 북한 정권의 반민족적 행태와
코리안 드림의 전략적 필요성

이영종 코리안드림 주필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

김정은 북한 정권의 반민족적 행태와 코리안 드림의 전략적 필요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0일 평양의 군 간부 양성기관을 방문해 “그 어느 때 보다 전쟁 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적(敵)을 필살하라”는 섬뜩한 말도 꺼냈다.

어디라고 지칭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적’이 대한민국임은 자명해 보인다. 김정은이 지시봉을 듣고 가리킨 곳이 서울의 모형을 그대로 떠놓은 작전상황판인데다, 그의 뒤편으로 ‘괴뢰한국 주요 도로’라는 지도도 드러난 때문이다.

김정은의 거친 대남 독설과 도발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12월 26~30일)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주장한 그가 새해 들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해 북에 편입시키겠다”는 망언 수준의 대남 관련 언급을 쏟아내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모습이다.

김정은 “기회 온다면 대한민국 완전 초토화”

김정은의 이런 발언은 그가 1월 8~9일 주요 군수공장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사용을 기도하려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주장한 직후 나왔다.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뭔가 큰 그림을 갖고 점차 도발 위협의 수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우리 헌법 3조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는 점을 걸고 들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북한) 헌법에는 상기내용들을 반영한 조항이 없는데 우리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독립적인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인민들의 정치사상 생활과 정신문화 생활 영역에서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와 함께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민련 등 대남 단체・기관 줄줄이 없애

김정은의 주장은 북한 헌법 자구의 수정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우리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주장과 지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평양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다. 특히 3대헌장기념탑에 대해 김정은은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이란 표현을 쓰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 집권 시기부터 조국통일3대헌장으로 불리는 △7.4 남북공동

성명(1972년)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 △ 노동당 6차 대회(1980년 10월)에서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1993년 4월)에서 내놓은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1994년 7월 심근경색으로 급사한 김일성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북한은 김일성이 마지막으로 본 문건이 정상회담에서 다룰 통일방안이었다고 선전하면서 아들 김정일이 이른바 ‘통일 유훈’을 받들었다고 주장해왔다. 이걸 응축하고 있는 3대헌장기념탑을 파괴한다는 건 할아버지이자 선대(先代) 수령인 김일성의 레거시(legacy)를 없앤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년 7월 김여정 ‘대한민국’ 발언 등 치밀한 채비

김정은의 대남 대립각 세우기를 두고 북한이 이른바 ‘투 코리아’ 전략을 노골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대북정책을 빌미로 동족이 아닌 적대관계나 교전국으로 ‘대한민국’을 정의함으로써 언제든 ‘남반부 전 영토 평정’을 위한 군사적 타격이 가능하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다.

돌이켜 보면 북한은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산과 전술을 갖고 남북관계 재설정을 위한 포석을 강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대남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처음 썼다. 이미 반 년 전 ‘남조선’을 ‘대한민국’으로 부르기 시작함으로써 ‘대한민국 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구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전술적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지칭에 흥분해 “북한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수순에 나선 것”이라거나 “대한민국의 실체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란 식의 기대 섞인 해석을 내놓았단 일부 전문가 그룹에 대해서도 비판과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은 보수와 진보 세력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핵과 미사일로 ‘섬멸적 타격’을 위협하고 있는데 안이한 인식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기본합의서 ‘잠정적 특수관계’ 부인하는 셈

김정은의 ‘국가 대 국가’ 발언이 남북기본합의서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집권 시기인 1991년 12월 체결된 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이를 깨고 나온 건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달리 남북관계 지형이나 한반도 및 주변 정세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정은이 체스판을 바꾸는 모험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북한의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에 동의하거나 공감하기는 절대불가라 할 수 있지만 남북한이 1970년대 초부터 반세기 넘게 축적해온 통일 관련 합의 등을 한순간에 뒤집고 적대관계나 ‘국가 대 국가’로 가겠다는 건 “김 씨 4대 세습 독재의 강화를 위해 반민족・반통일로 가겠다는 망언”이란 비판도 나온다.

2500만 주민의 40%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몇 해 동안 이어지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은 3대 세습으로 이어진 공산 독재의 폐해가 어느 지경인지를 잘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10살 남짓한 딸 주애를 내세워 4대세습 놀음까지 펼칠 기세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핵 포기와 미사일 개발 중단 등으로 민생을 챙기고 경제파국을 수습하는 것만이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 것을 김정은 정권이 깨달을 필요가 있지만 이런 기대를 하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나 통일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통일미래를 내다보며 통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비전을 공유하는 코리안드림의 전략적인 이행방안과 로드맵의 마련이 절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정학적 패권 전쟁 격화와 한국의 선택지정학적 패권 전쟁 격화와
한국의 선택
“코리안드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코리안드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